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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기원에 대하여 (정성진과 로버트 브레너 대담)

 

- 정성진, 로버트 브레너 교수

 

 

자본주의 기원에 대하여 (정성진과 로버트 브레너 대담)

로버트 브레너는 자본주의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농민들이 경쟁에 노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생존수단으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고 보았는데, 농민들이 스스로 특화되지 않고, 비자본주의적 발전 경로를 걷게 하여 시장으로부터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본주의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영주들이 경제외적 강제를 통해 농민들로부터 잉여를 수탈하는 능력을 분쇄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농민들을 그들의 생존수단으로부터 분리시켜 시장에 의존하도록 하는 것이다. 농민들에게 있어 생존수단의 핵심은 토지인데, 시장에 갈 필요 없이 필요한 것들을 생산할 수 있게 해주어서이다. 따라서 마르크스가 칭한 자본의 원시적 축적을 위해서는 농민들이 토지로부터 폭력적으로 분리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보았다. 이후에 농민들은 경쟁에 노출되면서 생존을 위해 자본가처럼 이윤 극대화, 자본 축적, 기술혁신을 위해 노력하게 되고 자본주의 발전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브레너는 자본주의가 봉건제에 내재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사회적 소유관계가 유지된다면 경제외적 강제에 의한 영주 착취와 농민 소유 체제가 유지되어 이전과 동일한 발전 유형인 봉건제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영국에서의 자본주의는 봉건제 위기 국면에서 계급투쟁이 발생하여 의도치 않게 발생했다고 했다. 농민은 봉건적 속박을 줄이는 동시에 농노제를 타도하여 영주들이 더 이상 경제외적 강제에 의해 잉여를 착취할 수 없도록 하여 부분적으로는 성공하였다. 하지만 이는 경제외적 강제에 의한 잉여 착취가 상업적 착취 방식으로 전환되어 결과적으로 농민들에게 생존수단으로부터의 분리를 가져와 자본주의로 이행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유럽의 국가들은 봉건위기와 계급투쟁이 있었지만 농민을 생존수단으로부터 분리시켜 시장에 의존하게 하여 경쟁에 종속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자본주의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브레너는 상인들도 자본주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이 역시 영국혁명을 유발한 정치적 갈등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왕에 대한 핵심적 지지는 거대 상인으로부터 나왔다고 보았다. 그들은 왕이 부여하는 해외무역 독점에 의존했고,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권한을 부여받음으로써 이윤 획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훗날 자본주의적 지주계급과 왕정 간의 갈등이 발생하면서 영국혁명으로 귀결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특권 상인들은 구체제를 지지하였지만 그 외 상인들은 새로이 결합을 형성하고 대표자를 보낸 지주계급과 동맹을 맺는 등의 방식을 통해 전통적 상인에 도전하는 형태를 취하면서 의회세력이 왕을 패퇴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상인들이 의회 주권을 확립하여 자본주의적 소유를 비롯하여 자본주의적 지주에 의해 경영되는 자본주의 국가를 확립하는 기초를 세웠다고 보았다. 여기서의 핵심은 자본주의적 지주에 의해 결정되었고 그들과 동맹을 맺은 새로운 상인들의 자본주의적 성격에 의해 더욱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반면에 다른 지역은 지배계급이 봉건적이고, 자본주의적 지주계급이 존재하지 않아 자본주의로의 이행하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한편 브레너는 제3세계에서는 도시상공업이나 농촌상공업에서 자본주의의 맹아를 발견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같은 농촌에서 발생한 흐름이라 해서 전자본주의의 자본주의적인 사회적 소유관계로의 변혁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단순한 상업의 성장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체계에서 분업에 기초한 무역만으로는 자본주의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하여 월러스틴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중세에도 세련된 상공업과 금융을 갖고 있었지만 비자본주의적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구별되게 영국의 자본주의는 단순히 영국제국주의를 통해 자본주의가 도래한 것이 아니라 상업자본주의라고 불리는 전 유럽적 규모의 상업체제와 분업의 사전적 존재에 의존했다고 강조했다. 중심부의 국가들이 현지의 지주계급과 밀접한 동맹을 맺어 제3세계를 저개발 상태에 결박한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스페인과 같은 다른 유럽 국가들은 부의 축적을 했고, 영국은 자본의 축적을 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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